전날의 다음날일 뿐이지만 그 의미와 느낌은 여느 날과 사뭇 다른 새해 첫날
시간적 여유가 있다.
해서 건너 건너 전해들은 풍경이끼를 찾아볼 요량으로 가던 길을 살짝 비틀었다.
중면 방향에서 이쪽으로 걸었던 경험도 있고
탁 트인 앞쪽 언덕에 목적지도 보이는 터라
길이 문제가 될 거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문제라면 길 중간쯤서 맞딱뜨리게 될 어느 집 커다란 개였다.
물론 묶여 있겠지만.
보이지도 않는 행인의 발자국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개 두 마리.
물론 묶여 있겠지만.
보이지도 않는 개 두 마리가 컹컹 짖는 소리에 극도로 예민해진 나.
돼지풀 줄기를 잘라 들고는 앞장서 가는 카사장을 돌려세웠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겁이 많아지네.
낯선 사람, 먹어본 적 없는 음식,가보지 않은 길...
간혹 익숙했던 것들도 섬뜩할 때가 있다니까.
세로로 길게 늘어진 가는 길 하나만 건너면 되는 것을
고작 개 짖는 소리에 슬그머니 돌아선 게 민망해서
주저리 주저리...
서울 어느 디저트 맛집에서 사왔다는 타르트와(보배야,고맙다!) 카사장 마들렌.
오작교를 향해 앞서 터벅터벅 걷던 카사장이 헉, 놀란다.
몸을 낮추고 살금살금 다가갔으나 이미 들켜버린 상태.
재두루미 네 마리 포함 전부 스물세 마리다.
가끔 서너 마리 정도 만난 적 있는 장소라 뜻밖이다.
이럴 때 늘 드는 생각이지만 본의 아니게 미안하다.
덜 좀 예민하던지 아니면 길에서 멀리 떨어진 율무밭에 앉던지...
뭐 사돈 남 말 할 처지는 아니다만.
가장자리 얼음을 발로 쿵쿵 차보니 건너도 될 만큼 언 것 같다.
물이 맑으니 얼음도 단단할 것이고.
지난 해 동네 주민이 강을 건넌 게 1월 중순.
며칠 더 기다렸다가...아이고, 됐다.
얼음장을 뚫고 올라오는 북치고 장구치고 그 리듬에 맞춰 귀신 곡하는 소리만도 오래 듣기 버겁다.
올해는 꼭 건너 가보기로 한 계획을 코앞에서 깨버렸다.
이제 나는 전의를 상실한 노병처럼 무기력하다.
거미고사리라도 하나 찾아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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