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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나룻길

연강길 1월(1)

by 타박네 2022. 1. 3.

      전날의 다음날일 뿐이지만 그 의미와 느낌은 여느 날과 사뭇 다른 새해 첫날

    

      시간적 여유가 있다.

      해서 건너 건너 전해들은 풍경이끼를 찾아볼 요량으로 가던 길을 살짝 비틀었다.

      중면 방향에서 이쪽으로 걸었던 경험도 있고

      탁 트인 앞쪽 언덕에 목적지도 보이는 터라

      길이 문제가 될 거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문제라면 길 중간쯤서 맞딱뜨리게 될 어느 집 커다란 개였다.

      물론 묶여 있겠지만.

 

 

      보이지도 않는 행인의 발자국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개 두 마리.

      물론 묶여 있겠지만.

      보이지도 않는 개 두 마리가 컹컹 짖는 소리에 극도로 예민해진 나.

      돼지풀 줄기를 잘라 들고는 앞장서 가는 카사장을 돌려세웠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겁이 많아지네.

      낯선 사람, 먹어본 적 없는 음식,가보지 않은 길...

      간혹 익숙했던 것들도 섬뜩할 때가 있다니까.

      세로로 길게 늘어진 가는 길 하나만 건너면 되는 것을

      고작 개 짖는 소리에 슬그머니 돌아선 게 민망해서

      주저리 주저리... 

 

 

 

 

 

 

 

 

 

 

      서울 어느 디저트 맛집에서 사왔다는 타르트와(보배야,고맙다!) 카사장 마들렌.  

 

 

 

 

      오작교를 향해 앞서 터벅터벅 걷던 카사장이 헉, 놀란다.

      몸을 낮추고 살금살금 다가갔으나 이미 들켜버린 상태.

      재두루미 네 마리 포함 전부 스물세 마리다.

      가끔 서너 마리 정도 만난 적 있는 장소라 뜻밖이다. 

      이럴 때 늘 드는 생각이지만 본의 아니게 미안하다.

      덜 좀 예민하던지 아니면 길에서 멀리 떨어진 율무밭에 앉던지...

      뭐 사돈 남 말 할 처지는 아니다만.

 

 

 

 

 

 

 

 

 

 

 

      

 

      가장자리 얼음을 발로 쿵쿵 차보니 건너도 될 만큼 언 것 같다.

      물이 맑으니 얼음도 단단할 것이고.

      지난 해 동네 주민이 강을 건넌 게 1월 중순.

      며칠 더 기다렸다가...아이고, 됐다.

      얼음장을 뚫고 올라오는 북치고 장구치고 그 리듬에 맞춰 귀신 곡하는 소리만도 오래 듣기 버겁다. 

      올해는 꼭 건너 가보기로 한 계획을 코앞에서 깨버렸다.

      이제 나는 전의를 상실한 노병처럼 무기력하다.

      거미고사리라도 하나 찾아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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