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독수리들이 사나운 폭풍에 시달리다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꿈을 꾸었다.
그 경황에 꼬리가 하얀 흰꼬리수리도 보였다.
창 밖으로 손을 뻗어 추락하는 새를 잡으려고 하자
옆에 있던 어떤 이가 순식간에 창문을 닫아버렸다.
그건 매정해서가 아니라 이제 더는 어쩔 수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꿈에서 나오자 헛웃음이 나왔다.
컴퓨터 확대 화면으로나 겨우 식별 가능했던 새들을 허공에서 서너 번 본 것도 경험이라고
꿈속에까지 소환하다니.
까마귀떼들에게 쫒기는 독수리라도 만나려나...
강이 보이기 시작하는 길에 이르자 보자는 독수리,두루미는 안 보이고
커다란 개들만 겅중겅중 뛰어다닌다.
이러면 또 난감한데...
카사장한테 했던 것처럼 단호하게 돌아가자 하지 못하고 입 안에서 말을 우물우물 씹고 있을 때
실장은 벌써 나뭇가지를 꺽어 들고 있다.
이거 갖고 되겠어? 하니 맞아 볼래? 한다.
내 손에 건네주는 나뭇가지는 얇아도 야무지고 낭창해 아프긴 해 보였다.
아프면 화가나서 더더 세게 물 수도 있을 거야라는 말도 참아냈다.
참는 김에 나보다 작은 실장 꽁무니를 졸졸 따라갔다.
따라가며 만약에 있을 불상사를 대비해 기어오르기 좋을 만한 나무가 어디 있나
살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먼발치 서있던 트럭이 움직이자 따라가는 걸로 봐서 그집 개들인 것 같다.
'우리 집 개는 절대 물지 않는다' 해도 이런 상황은 다시 격고 싶지 않다.
오래 전 입에 거품을 문 개한테 봉변을 당한 이후로
대형견을 만나면 통제 불능한 공포에 빠지곤 했다.
지금이야 좀 단련 됐다고 사진 찍을 여유도 있고 하지만
느닷없이 불쑥 나타나는 순간,간이 겨자씨만하게 쪼그라드는 건 여전하다.
언제 어느 날 다시 마시리라 기약 없는 마지막 커피가 될 것! 이라고 다짐했다.
이후로 커피나 초콜렛을 입에 대면 성을 갈겠다, 뭐 그정도의 비장함.
다음 날 결국 다섯 모금쯤 마시고 말았다.
윤씨니 김씨니 하는 성을 가는 게 아니라 화끈하게 젠더, 성을 간다 했어야 했나 싶다.
잠 잘 자는 게 올해 목표.
닥치는 대로 뭐라도 열심히 끈기 있게.
율무밭 중간,버드나무 아래 의자에서 다리쉼을 하고
밭을 가로질러 오른쪽 길로 가야했지만
두루미 가족이 먹이를 먹고 있어 방해하지 않으려고
오작교 지나자 마자 옆길로 살금살금 내려갔다.
유조 등에 있는 얼룩 무늬 때문에 이 두루미 가족은 어디 있든 알아볼 수 있다.
내년에도 그 다음에도 여기서 꼭 다시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