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잦아 꽃들이 웃자랐다.
가뜩이나 꺽다리인 마타리는 실바람만 불어도 픽 쓰러지게 생겼다.
마타리가 피기 시작하면 가을 문턱.
무릇을 보기위해 길가 무덤으로 내려가는 중.
나쁜 예감.
역시나...
지난해 풍성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풀만 무성하다.
개망초 우거졌던 길.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메뚜기들이 후다닥 뛴다.
어떤 녀석은 너무 높이 뛰다가 내 얼굴에 박치기를 하고 가기도 한다.
볼이나 이마는 그렇다 치겠는데 입술 박치기는 뭐냐?
퉤퉤퉤~ 분하다.
메뚜기떼들이 뛰자 뱀도 뛰고,(뛰었다는 게 아니라 뛰다시피, 거의 뛰는 거나 마찬가지로)
뱀 옆에 있던 개구리도 뛴다.
여기저기 화다닥 뛰는 소리, 풀벌레들의 여름 싫어 여름 싫어 짜증내는 소리,
미미미 하지만 거의 솔이나 라에 가까운 음치 매미들 노래소리까지
걷는 내내 씨끄러워 환장할 뻔.
노란꽃땅꽈리
좋다 좋다 하니까 그새 지난 겨울의 악몽같은 날들을 잊고
살금살금 커피에 입을 대고 살았다.
최근들어 다시 수면의 질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커피의 유혹은 무섭도록 집요하다.
옥계리 편의점에 들려 얼음컵 큰 거 하나를 들고
커피 봉다리 앞을 왔다리 갔다리 하다가
결국 냉장고에서 바나나맛 우유를 집어들었다.
내 의지 승!
승리에도 불구하고 영혼은 너덜너덜,울고 싶은 심정.
참고로 저 조합은 실패.
강원도 고성에서 출발 철원을 거쳐 김포까지 여러 날을 걷는다는 사람들을 만났다.
길 초입에서 인사를 나누던 중 차가 다니는 길로 곧장 진행해 댐까지 가시겠다기에
개안마루는 보고 가시라 말씀 드렸다.
꽃 피울 생각이 전혀 없다.
건강하기만 하고 공부는 안 하는 애들 같다.
그래도 칭찬해!
많은 비에 흙 밖으나 밀려난 참나리 씨앗을 다시 묻고 주변 풀들도 조금 더 뽑았다.
바닥에 납작 달라붙어 자라는 땅꽈리와 오똑 선 노란꽃땅꽈리의 차이를 모르겠다.
꽃이 피면 조금 구분하기 쉬울 텐데 잎만 봐서는 영...
콩밭 가득
고슴도치풀
이 길가에 일부 줄기가 잘린 노랑하늘타리 있다.
조금 지치기도 했고 호미도 없어 그냥 두고 왔는데 오는 내내 마음에 걸렸다.
도저히 살아나갈 환경이 아니어서 그대로 두면 밟혀 죽거나 뽑히거나.
제법 실하게 자랐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
내년 봄에는 작게 울타리를 치고 꽃 명찰을 붙여야겠다.
여기 범부채, 손대지 마시오라고.
고슴도치풀
먹이는 안 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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