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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Book소리

흑설공주 이야기

by 타박네 2010. 9. 2.

지은이  바바라 G.워커  (페미니즘 작가. 여성학자)

 

'여자와 남자가 평등한 페미니즘 동화'라는 전제가 붙어 있지만

오히려 이런 거창한 수식어가 또 다른 편견을 조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살짝 든다.

어쨌든 우리가 흔히 보고 들어 알고 있는 '신데렐라'  '백설공주' 인어 이야기'같은

옛이야기 속에는 생물학적 성으로 인한 차별과 외모 지상주의가 만연한 건 사실이다.

눈부신 미모 하나면 냇가에서  빨래만 죽자사자 하다가도,

숲속에서 늘어지게 잠만 자다가도 단숨에 왕자님 눈에 들어 간택되고

마음씨 고약한 새엄마나 언니들은 하나같이 외모도 험상궂다.

또 괴물처럼 못생긴 왕자님은 늘 그렇듯

반드시 미녀가 키스해야만 풀리는 마법에 걸려 있고.

게다가 육십촉 전구알과 작렬하는 태양을 반반씩 적당한 비율로 갈아 장복한 듯한

자체발광 미녀들은 한결같이 사소한 난관 앞에서조차 무기력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복권당첨 같은 왕자님과의 결혼,

무한정, 무제한 골드카드나 마찬가지인 요정의 출현만이 살 길이다.

요즘 세상에도 이 공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젠장!

 

동화속에 등장하는 미녀는 태어나면서 부터

부르면 나오는 요술램프를 손에 쥔 거나 마찬가지고

추녀는 삶이 곧 저주 받은 인생이 되는 것,

정말 무서운 편견이다.

 

이건 또 느닷없이 든 생각인데

불쑥 다이아몬드 반지를 내미는 김중배식 사랑은 진정성 부족으로,

사랑 말고는 가진 것 하나 없다는 이유로 

이수일식 사랑을 순수함, 고귀함의 상징으로 내세우는 것 또한  편견이다.

가난한 연인들의 구리반지가 열정 부족으로 폄하되어선 안 되듯이

드높은 학벌과 빵빵한 가문, 가득 쥐고 있는 부와 명예, 권력이

이기적이고 오만하며 독선적인 것의 상징이 될 수는 없다.

 

다시 이야기를 돌려서

왕자님과의 결혼과 동시에

'그래서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하고 끝나는  이런 이야기들. 

물론 이왕 한 결혼이니 잘 살아야 겠지만 글쎄...

가끔은 엉뚱한  상상을 해 보는데 결혼 ,

그 이후의 이야기를 쓰게 된다면 그들은 어떤 모습일까.

살아온 환경과 받은 교육이 다르고 식성과 성격이 다른 그들은

한 눈에 반한 그 순간적인(운명 같은) 사랑의 힘 만으로

여전히 꿈 같은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을까.

과연 소통의 어려움은 없었을까.

 

요즘엔 오히려 성으로 인한 역차별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여성인권회복 운동에 앞장 서시는 분들이 들으면 아직 멀었다고 할 지 모르겠지만.

 

"다른 것은 잘못된 게 아니고

나쁜 게 아니고

틀린 게 아니야.

그저 다른 것일 뿐이지."

예전 어떤 드라마에 나온 말이다.

남자 ,여자. 그 인간적인 가치는 동등해야 마땅하지만 다름,

그 차이와 차별은 잘 구별해야 할 듯.

 

이 책에 소개된 14편의 동화는 기존의 이야기를 완전히 바꿔 놓은 것들이다.

남자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흑설공주',

아름답고 지혜로운 새엄마,

사랑하는 왕자님과 결혼은 했으나

궁전에서의 숨막히는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다시 제 살던 깊은 산 속 작은 연못으로 돌아간 '개구리 공주'등

깨지기 쉬운 유리구두의 불완전한 꿈을 버리고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사는

진정 행복한 주인공들을 만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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