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북Book소리

파라다이스 1, 2

by 타박네 2010. 7. 28.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 열린책들

 

오후 두 시.

지금 밖은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 속 시계처럼 흐믈흐믈 녹아내리고 있다.

우거진 숲, 물 맑은 계곡이 오늘 같이 찌는 날 내가 꿈 꾸는 파라다이스지만

맹맹이 콧구멍만한 에어컨과 24년 묵은 금성선풍기가 씽씽 돌아가는

지금 여기가 가장 현실적인 파라다이스일 지도 모르겠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 작가의 책은 유독 많이도 읽었다.

'개미'의 신선한 충격을 시작으로 '뇌'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최근들어 읽은 '나무'와 '파피용'까지. 끝 없는 작가의 상상력은 확실히 중독성이 있다.

 

이번에 나온 신간 '파라다이스'엔

있을 법한 미래와 있을 법한 과거 이야기 17편 (1,2권)을 모아 놓았다.

 

환경 파괴범의 교수형, 진리는 손가락 문제, 꽃 섹스, 안개속의 살인, 내일 여자들은......(1권)

맞춤 낙원, 농담이 태어나는 곳, 대지의 이빨, 당신 마음에 들 겁니다, 상표 전쟁......(2권)

 

보통 모든 것은 이런 간단한 문장에서 시작된다.

<만약......라면 어떻게 될까?>

- 머리말 중에서 -

 

이런 이야기 정말 좋아한다.

'상상'

만약에 10분 후 지구가 종말을 맞는다면, 만약 그 때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만약에 그(그녀)와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누구나 살면서 해 보았을 '만약에 ~라면' 하는 상상.

잠시 폭폭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이 보다 더 좋은 건 없다.

'성공하기 위한 101가지 뼈 빠지는 방법'이나

'부와 명예를 얻으려면 반드시 알아야 할 102가지 골 터지는 정보'의

저자들이 들으면 기가 찰 노릇일 지 모르겠지만

인내와 노력은 멀고 힘겹고 운명조차 내 편 아닌 남 편일 때

이런 상상조차 없다면 무슨 힘으로 한 세상을 살아내겠는가.

빨강머리 앤은 그것으로 암울한 현실을 견디어 냈고,

성냥팔이 소녀가 미소 띤 죽음을 맞을 수 있었던 것도

따뜻한 벽난로와 맛있는 크리스마스 음식이 가득한 집을 상상했기 때문이다.

상상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기상천외한 상상 이야기중에서 제일 처음 나온

'환경 파괴범은 모두 교수형'은 말 그대로 있을 법한 상상이기도 하다.

터무니없는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만은 아니다.

북극 상공의 오존층에 뚫린 구멍으로 인해 피부암에 걸린 사람들이 수천만 명씩 사망하기에 이르자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은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모든 요인들을 강력 규제하기에 이른다.

이른바 오염방지법 공포.

담배를 피워도 교수형, 모터가 달린 모든 탈것들을 이용해도 교수형,

소나 가축들의 방귀도(메탄가스의 원천이라고) 공해가 되니 당연히 목축은 불법,

그래서 고기를 먹어도 교수형을 언도 받고 공원에 목 매달려 죽는다.

한마디로 인간의 생활을 문명이 발달하기 이전으로 돌려 놓겠다는 것.

그렇게 해서라도 중병이 든 지구 환경을 치유해 보겠다는 절박한 이야기다.

 

휘발유로 돌아가는 모터 대신

자전거 페달이 달린 포드, 도요타,현대,폴크스바겐같은  자동차들,

운동선수들이 땀을 뻘뻘 흘려가며 바퀴를 돌려 운행하는 엘리베이터,

 참새와 비둘기, 독수리에 메세지를 묶어 날려 보내는 통신 수단.

중국 진나라보다 더 가혹해 보이는 형법만 아니라면

이제부터 슬슬 시도해 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발하다.

 

<언젠가는 지구상에 여자들만 남고, 남자들은 전설 속으로 사라지리라.>

우리나라 전설의 섬 이어도 처럼 여자들만 사는 아마조네스.

남자들은 서서히 도태되고 지구상에는 여자들만이 존재하는 세상이 온다는데...

글쎄, 여자 모태솔로들이 환영할 이야기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개인적으로 남자들이 사라진 세상은 반대다.

그들이 없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달라 부탁한단 말인가.

 

 

'북Book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흑설공주 이야기  (0) 2010.09.02
명탐정의 규칙  (0) 2010.08.07
안 먹어도 배 부르네  (0) 2010.07.08
사마천, 애덤스미스의 뺨을 치다  (0) 2010.07.07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0) 2010.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