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전곡 시내 곳곳에 커피전문점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앉은 자리에서 여기 커피요 하며 간단히 주문하던 시절은 지나간 지 이미 오래.
에스프레소,아메리카노, 카페 라테,마끼아또,카푸치노...
낯설고 발음 불편한 커피 종류도 종류지만 그 불편함이라니.
아직도 적응 안되는 뷔페음식만큼이나 성가신 게 요즘 커피전문점이다.
세련된 커피전문점이 하나 둘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옛 다방들은 사라지고 있다.
카페에 적응하지 못했다 해서 옛날식 다방이 더 편하단 얘기는 아니다.
다만 아쉬운 건 정감있는 음악이 흐르고 사랑방처럼 편안했던
그 옛날 음악다방을 이제 이곳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는 것.
참! 독야청청을 고집하던 남편을 꼬드겨
처음으로 커피 한 잔을 얻어마신 곳도 다방이었다.
쓴 커피를 홀짝이며 당돌하게
내가 만약 결혼이란 걸 하게 된다면
그 상대는 너! 일거라는 선전포고를 감행했던 청자다방.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그 허름한 다방에서
장장 십년에 걸친 내 고단한 짝사랑에 마침표를 찍었다.
당시 백수이던 남편,
시커멓고 추레한 야전잠바 호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동전을 꺼내
커피값을 지불하던 모습이 안쓰러웠던 기억.
군남의 작은 동네 어귀에 오래된 다방이 있다.
얼마 전 남편과 함께 들어가 처음으로 계란동동 쌍화차를 먹어 본 곳이다.
익히지도 않은 노른자가 입안에서 터지지도 않고
목구멍으로 쑥 넘어가던 신기한 경험도 재미있었지만
각종 견과류와 참깨가 듬뿍 들어가 고소하면서도 달달한 그 맛을 잊지 못해
오늘은 우리 실땅님과 커피전문점 대신 일부러 찾아간 화이트다방.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할배들은 안 계신다.
쭈볏거리며 자리를 둘러보던 어색함,긴장감은
작은 다방 안에 두 개나 설치된 연탄난로 위
커다란 주전자에서 풍기는 구수한 옥수수차향에 맥없이 풀어진다.
곧바로 안쪽 구석자리 난로에 달라붙어 몸 부터 녹였다.
언젠가 내 마음 대로 송곳 꽂아 볼 손바닥만한 땅뙈기라도 생겨 집을 짓게 된다면
폼 나는 서양식 벽난로 제쳐두고 난 꼭 거실에 연탄난로를 들여 놓을 생각이다.
뭉근한 열 하며 쓰임새 다양하기로 연탄난로만한 게 없다고 본다.
쌍화차는 아쉬운 대로 끼니를 대신해도 좋을만 하고
달달구수한 커피는 내 입에 안성맞춤이다.
다만 음악이 없는 게 아쉽다.
이 쯤에서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라도 흘러나왔으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말이다.
궂은비 내리던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