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종합상가 옆 두타 7층 레드망고에서.
비슷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보니 저저끔 동대문시장 출입도 잦다.
그런 연유로 꼼지락과 나무그늘을 가끔 시장에서 만나게 된다.
만남의 시간은 곧바로 옹색하나 실속있는 세미나 형식을 취하게 되고
그간 제작한 작품들 품평에서부터 재료구입,
제작과정에 대한 제법 진지한 대화가 오가곤 한다.
이런 자리에서 나는 늘 젊고 감각있는 이들의 아이디어를 날로 먹곤 한다.
얘기가 끝날 무렵이면
펼쳐놓은 소품들을 주섬주섬 챙겨 다시 넣기가 어쩐지 벌쭘해지면
자연스레 이어지는 물물교환의 시간.
나는 물고기 몇 마리를 들고 나가 그늘표 휴대폰고리 두 개,
꼼표 수세미 세 개와 맞바꿔 왔다.
남는 장사를 하고 온 듯한 이 뿌듯함!
문자메세지 보다는 통화, 통화 보다는 차 한 잔, 차 한 잔보다는 밥.
유리벽으로 가로막힌 온라인보다
눈빛과 체온이 오가는 오프라인 소통을 즐기는 내 사교방식이다.
만남의 절정은 단연 밥 먹기.
무조건 밥부터 먹기다.
사랑도 우정도 목숨과 직결된 인간의 원초적 욕구가 충족된 뒤의 이야기므로.
누군가 따순 밥만 배불리 먹였어도
지상에 염세주의자들은 결코 없었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
가만 보면 친밀도의 정도에 따라 밥 먹는 풍경이 다르다.
개인 접시를 이용해 먹을 만큼 덜어 먹는
아름답고 정갈한 식탁예절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으나
난 호감가는 사람들과 비위생적이며 다소 무례하게 보이는
양푼에 밥 비벼 숟가락만 들고 덤비기라든가
식탁 가운데 커다란 찌개냄비 하나 놓고 빙 둘러앉아
숟가락 쨍쨍 부딪쳐가며 퍼 먹는 걸 무척 좋아한다.
이 정도는 먹어줘야 비로소 서먹함과 경계심이 사라지고
꾸미지 않은 속엣말이 줄줄 나오는 것이다.
어찌보면 그것은 좀 과장되긴 하나
중세 기사들이 술잔에 피를 섞어 마시는 의형제 의식이며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거의 프렌치키스에 해당되는 그 무식한 식습관은
상대의 타액에 혹시나 있을지 모를
충치균부터 헬리코박터균을 비롯 그 외 숱한 병원균들까지 기꺼이 감내하겠다는
(무언의) 극단적 신뢰감 표현일 테니 말이다.
말하다 보니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권장할 일은 더욱 아니다. 흐흐흐~
제각각 다른 메뉴를 주문해 그릇을 돌려가며 밥을 먹고 난 뒤
약속 대로 꼼지락이 사 준 팥빙수 사발 속,
무심히 퍼 먹던 숟가락 세 개를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비님 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