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 자수 수업 마치고
실땅님과의 저녁 약속시간까지 한 시간 정도 짬이 난다.
집에 들어가 짐을 풀고 나오기엔 어쩡쩡한 시간.
아는 사람만 아는 커피 맛있는 조그만 카페에 들어가
얼음 동동 냉커피 한 잔 주문하고 앉았다.
스티치 복습이나 해 볼 요량으로 보따리 안을 헤집고 있는데
귀에 익은 반가운 목소리가 들린다.
나라 안에서 셀카 잘 찍기로 둘째 가라면 서운타할 그분들,
아란냐와 행스래이포브.
아니나 다를까, 커피 홀짝이며 셀카질 시작한다.
준호 돌잔치에서 이미 한 수 배웠지만 바로 옆에서 지켜보니
달인의 기술, 이제는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타임머신 필요 없이
맘 먹은 대로 수십년 거슬러 올라가는 건 식은 죽 먹기다.
나도 찍어 주라,아란냐.
달인을 따라 눈 치켜뜨고 찰칵!
볼에 바람 잔뜩 집어넣고 찰칵!
나른한듯 풀린 동공을 카페 천장 어디쯤에 고정하고 찰칵!
달 표면 분화구같은 땀구멍,
세월이 마구 낙서해 만든 깊은 주름들,
두어 개 돋아난 검버섯과
수십 년째 제자리 고수하고 있는 붙박이 점 서너 개가
샤샤삭 요술처럼 사린진 뒤...
지화자 얼쑤!
나 돌아갔네.
단언컨대 뽀샵은 가장 완벽한 타임머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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