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나절 잠시 아버지 병실에 다녀왔다.
식사량을 확인하자 간병인 성화에 죽 한 그릇을 다 비웠다 하신다.
우선은 안심이다.
그동안 쌓인 피로와 우울의 무게에 짓눌려
집에 오자마자 오후 세시가 넘도록 시체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창으로 밀려드는 햇살에 눈이 따갑고 머리가 지끈거려 그만 일어나야지 할 무렵,
일찌감치 주상절리 트레킹을 다녀온 실땅님이 국사봉이나 휘리릭 한바퀴 돌자 한다.
다른 날 같으면 집에서부터 걸어 가자 했겠지만
겨우 추스려 세운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데다
가벼운 두통까지 있어 차로 세월교 지나 국사봉 입구까지 갔다.
세월교를 건너자마자 찔레꽃향기가 진동한다.
찔레꽃 무더기 무더기로 길이 다 훤하다.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한참을 맞짱뜨는 도마뱀
은대난초
잣나무 숲 아래서 발견한 어린 싹
잣 껍질을 모자처럼 쓰고 있다
초롱꽃
애기똥풀 군락
청가시덩굴
국사봉 정상 (전곡읍 고능리)
정상에 핀 붓꽃
정상이라야 136m.
세월교를 건너자마자 곧바로 올라오면 너무 허무하므로
주변에 있는 산책길을 두루 둘러보는 게 좋다.
그 정도면 운동 좀 되는 두시간 코스가 된다.
국사봉엔 꽃 없어, 장담하던 실땅님.
꽃 없는 산이 어딨다고.
내가 풀숲 구석구석에서 어여쁜 꽃들을 속속 찾아내면서
개눈엔 똥만 보인다는 속설을 증명해 보였다.
멀리 한탄대교와 철교, 가까이 사랑교.
전곡읍 은대리
한탄강과 전곡 시내
비가 많이 내리면 물에 잠기는 세월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