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여덟시경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산행을 취소해야 하나......
일기예보를 보니 오후 서너시 무렵 비 올 확률이 높다.
에미야, 빨래 걷어라, 하시던 동네 어르신들보다 못하다 하여
예전엔 기상청을 구라청이라 불렀다만
요즘엔 온다하면 쥐어짜내더라도 오는 걸로 봐서 오는 건 확실할 터.
에라, 모르겠다.
가자.
지은 죄가 많아 벼락이라면 좀 무섭지만 까잇 비 정도야
한번쯤 쫄딱 맞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배낭 안에 든 비옷을 빼내고 대신 뜨거운 물을 챙겨 넣었다.
비 온다고 걸음을 서두르지 말고 천둥 벼락이 쳐도 산 정상까지 오를 것,
동행하는 실땅님한테 다짐을 받아내고는 산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기우였다.
1코스 초입에서 잠시 가는 비를 만났으나 하산할 때까지 더이상의 비는 없었다.
신탄리역 옆 건널목을 건너면 39-2번 버스 종점이 바로 보인다.
1코스로 등산을 할 경우 매표소까지 가지 않고
여기서 출발하면 곧바로 숲길과 연결되어 참 좋다.
자잘해서 먹잘 것도 없게 생겼다.
그래도 먹을 거 보고 그냥 지나치자니 어쩐지 서운해 한웅큼 따 먹었다.
꼴에 겁나게 달다.
붓꽃
산골무꽃
민백미꽃
노린재나무
큰꽃으아리
본 것 중에 가장 예뻤던 이 꽃은 댕강 꺽여 어떤 남자 등산객의 모자에 꽂혔다.
날궂이를 그렇게 하시네요, 언중유골 한 마디를 안 할 수가 없었다.
말뜻도 모르고 허허 웃는다.
산꼭대기에서 아이스크림 먹어봤나?
대광봉 팔각정을 지나 고대봉으로.
남의 살 한 점 없는 깔끔한 점심
풀솜대
큰앵초
두루미천남성인가 했는데...
3코스 하산길 계곡.
아직은 손이 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