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칡 줄기와 잎을 한꺼번에 끓여 실크 염색을 해봤다.
명반매염에서는 조금 탁한 노란빛이 동매염에서는 노랑을 머금은 연둣빛이 나온다.
동매염을 반복하다보면 초록도 가능해 보이지만 문제는 장담할 수가 없다는 것.
이번엔 칡잎만 채취했다.
여기저기 쑤석거리며 주워들은 정보를 무기로 곧바로 초록에 도전했다.
무식이 사람을 용감하게 만든다.
산길 발치에 채이는 칡잎 한봉다리가 밑천이니 그야말로 밑져야 본전이다.
채취에 협조해준 고급인력에게 감사하며...
염재와 피염물의 무게도 모르고 물의 양도 대중 없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염색을 하시는 분들이 본다면 날나리뽕짝이겠지만
나는 염색을 재밌는 놀이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칡잎을 끓인 첫물이다.
처음엔 노란 색소가 많이 우러난다기에 몽땅 버렸다.
알칼리 상태에서 염액이 잘 우러난다고 한다.
주워들은 풍월대로 첫물을 버린 칡잎에 다시 물을 붓고
탄산칼륨 적당량을 희석해 30분 정도 끓였다.
알칼리 농도 ph9.
ph 시험지를 이용해 맞춰야 하는데 숫자 9에서 11사이,
정확히 어떤 색에 근접한지 아리송하다.
스트레스 받으면 확 엎어버리는 수가 있으므로
대충 그렇다 치고 넘어간다.
중성(ph7)을 기준으로 푸른색은 알칼리성 붉은색은 산성.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알칼리성 염액에 식초 한숟가락을 넣었다.
약산성 상태에서 (ph6) 염색하는 게 좋다고 한다.
테스트 결과 ph5에 가깝다.
하지만 이 또한 대충 그렇다 치고 염색을 시작했다.
염액에서 20분, 매염제를(동) 희석한 물에서 10분 주물렀다.
혼자 하지니 조금 지겨워 시간을 단축했다.
두 번째 염액에 들어가니 초록이 제법 선명하다.
동매염 2회
오른쪽 첫번째가 오늘 '그렇다 치고' 염액으로 염색한 실크 스카프 (초록색),
바로 옆은 지난 주 줄기를 포함한 염액에 동매염한 (연두색) 것.
그러고 보니 딱 공을 더 들인 만큼 색이 깊어졌다.
대체로 그러하듯 면과 마의 반응은 실크에 비해 성의 없다.
하지만 그 나름대로 언어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묘한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