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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천국

명량

by 타박네 2014. 8. 4.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

다윗이 돌멩이 하나로 골리앗에 맞섰다면

이순신장군의 돌멩이는 열두 척의 배와 천운이라 칭한 맨발의 민초들이었다.

적의 330척 배가 과했던 음향효과처럼 요란하기는 했으나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은 이유다.

결코 무모한 전투는 아니었다.

 

군율은 지엄하다.

원컨대 지금 우리의 법도 그랬으면 좋겠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엄해야 한다.

권력과 부를 쥔 자에겐 솜방망이, 가진 것 없는 자들에게 철퇴가 되는 법,

그래서 21세기에도 변함없는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법을 이제 그만 보고 싶다.

등 돌려 도망치다 잡혀온 병사의 목을

단칼에 자르며 낮게 부르짖던 장군의 이 한 마디 울림의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불멸의 이순신에게도 내 안의 두려움은 적에 앞서 극복해야할 엄청난 벽이었을 것이다.

소용돌이치는 물살의 소리에 원혼들의 목소리를 듣고

꿈속에서 만난 원귀들 앞에 굵은 눈물을 뚝뚝 떨궈야 했던 인간 이순신.

불현듯 학창시절 암송했던 한산섬 달 밝은 밤에로 시작하던 시가 떠오른다.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살육의 전투를 앞두고 실바람 한 줄기만 닿아도 쨍하고 끊어질 팽팽한 긴장감 속에

장군의 등에 서렸을 무심한 달빛과 서늘한 외로움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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