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 받은 일이 있어 급히 부산에 가야했다.
어차피 먼길 떠나니 여행을 겸하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주말 국망봉에서 솔나리와 감격에 겨운 만남을 가졌겠지만
사는 거...절대 계획대로 되는 법 없다.
실땅님으로부터 내 첫 연애편지 봉투 빛깔의 솔나리꽃 사진을 전송 받았을 때
나는 용궁사 처마 밑에 앉아 스피커를 통해 쉼없이 흘러나오는 염불소리를 들으며
서운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결국 올해도 넘기는구나.
내년 여름까지 살아있어야할 구실이 하나 더 늘었다.
작년 시월 실땅님과 맛나게 먹었던 용궁사 입구 어묵가게다.
푹푹 삶는 더위에 가뜩이나 뜨거운 건 먹고 싶지 않다는 남편을 붙들고 들어갔다.
주인 아주머니께
지난 가을 와서 참 맛있게 먹고 갔노라 했더니
나를 슬쩍 쳐다보고는 능청스럽게
어묵 맛도 변함 없고 아지메 얼굴도 변함 없소 한다.
마치 기억하고 있다는 듯.
남편과 한 개씩 먹고 일어서는데 덤이라며 하나를 더 갖다주신다.
배 불러 못 먹겠다니 한사코 권하신다.
이러시면 내년에 와도 또 주셔야합니다 했더니
그러마고,
화끈한 대답을 날려주신다.
남편이 찍어준 해운대 심령 사진.
솜씨 직이네~ ^^
부산에서의 일을 마치고 전주로 가는 길
아버지의 고향 산청 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산청은 내가 다섯 살까지 살았던 곳이다.
워낙 어렸을 때라 이곳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다.
멀리 신작로가 보이는 야트막한 뒷동산에서 아버지 옆에 달라붙어 찍은
빛바랜 흑백 사진 한 장이 산청의 전부다.
한낮 열기가 한풀 꺽이기를 기다렸다 한옥마을 구경에 나섰다.
별시리 다닌 곳도 본 것도 없는데 겹겹이 쌓인 피로가 엄습한다.
때마침 눈에 띄는 인력거.
그믈막까지 있다.
자전거 뒤에 매달린 푹신한 의자에 앉아 마을을 휘이 돌아보기로 했다.
오르막에서는 페달을 밟는 청년의 가쁜 숨소리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마냥 편치만은 않았다.
중간중간 자전거를 세우고 마을 역사에 대한 해설과 더불어 기념사진까지 찍어준다.
열심히 사는 청년에게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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