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렸을 적 우리 집 마루 밑에 말복이가 살고 있었다.
말복이.
복 많이 받으라고 어른들이 지어준 이름인 줄 알았다.
들삼재보다 날삼재가 더 무섭더라고
초복 중복 가까스로 보내고 이제 마지막 남은 말복.
십리 밖 개장수 아저씨 발짝 소리에
말복이 짖어대느라 목청 터질 지경이고.
따가운 햇살에 돌 틈 채송화 꽃잎 녹아내리던 어느 오후,
마루 아래 쪼그려 앉아 행여 누가 들을세라
말복아, 도망가.
도망가...
맨땅에 배 깔고 납작 엎드린 말복이,
나를 보며 말간 눈만 껌뻑껌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