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마음 나이가 육신의 나이를 잊고 앞서 간다.
종종걸음 치다가 절며절며 끌려오다가
어느 순간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벌러덩 드러눕는 육신.
이쯤되면 어르고 달래는 것도 윽박지르는 것도 다 소용없다.
기다리는 수 밖에.
올 한 해 들로 산으로 쏘다니며 나름 체력이 향상되었다 생각했다.
팔다리가 내 의지대로 움직여준다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다.
작대기 비슷한 무언가에 의지해 걸음을 옮기던
젊은 시절을 생각하면 눈물겨운 기적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가 마치 내 이야기 같을 정도다.
실제로 최근 몇 해 중 개인적인 의료비 지출이 가장 적었던 해이기도 하다.
해서 되도않은 취업에 목을 매기도 해봤고
맹맹이 콧구멍만한 창업을 꿈꿔보기도 했다.
실땅님이 고질병을 극복한 아주 좋은 예로 나를 지목하면서
의기양양 기고만장
성별 나이 제한만 없다면 특전사에 지원이라도 해볼까 어쩔까
입나발 불기에 하루해가 모자랄 지경이었다.
하지만 뼛속 사정까지 환상적이진 않았나 보다.
새삼 재미들려 소꿉놀이하듯 쪼물딱거리는 염색작업에
손가락 마디마디가 비명을 지르더니
운전연습 좀 과하게 했다고 척추까지 삐그덕거린다.
산과 들에 꽃이 지고부터 걸핏하면 병원행.
손가락 치료하다 허리 치료하다 혓바늘 치료하다...
평생 이짓거리인 덜된 인간 내치지 않고 데리고 사는 사람 생각해서
불끈불끈 치솟는 화까지는 다스리겠는데
스믈스믈 기어드는 서글픔까지야.
이제 다시 기다리고 있다.
성급한 마음 따라오느라 허덕였을 육신.
함께 가자.
해 저물기까지 아직 시간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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