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대세인가 봐요.
드라마 잘 안 보는 저도 응팔폐인(응답하라 1988)이 됐으니까요.
요즘 쇼핑몰 카페 길거리 어딜가도 들리는 노래가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와 김창완의 '청춘'이더군요.
저와 비슷한 세대라면 대부분 그렇듯
저 역시 이 두 가수의 노래를 무척 좋아하는데요.
드라마 속에서 흘러나오니 더욱 절절하게 들립니다.
응팔을 보면 꼭 떠오르는 미드가 있어요.
'초원의 집'이라고 미국 서부 개척시대를 배경으로 한
따뜻한 가족 드라마였지요.
지금처럼 다시보기가 없던 시절이어서 어떡하든 본방을 사수하려고
눈에 불을 켜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초원의 집과는 아주 많이 다른 가족 구성원들 탓에
참담하리만치 외롭고 고통스런 나날들을 견디고 있던 당시
그 드라마를 보면서 결코 내것이 될 수 없을 것같은 꿈을 꾸기도 했고
절망하기도 하면서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아무튼 따뜻한 가정은 제 평생의 간절함이 되었죠.
그냥 막장도 아닌 개막장 이야기라면
( 신성한 노동현장과 충직한 반려동물을 조합한 이런 비속어,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만)
드라마 안에서나 현실 세상에서나
이제 새삼스럽거나 놀라울 것 없을 정도로 널렸어요.
작가도 제목도 다 잊어버린 어느 소설에 이런 글이 있었습니다.
정확하진 않아요.
기억의 신용등급이라면 최하위니까.
이 세상에 더 이상 사랑은 없다고 말하게 될까봐 무섭다란 것이었는데요.
당시 저는 그 작가의 심정을 누구보다 공감하고 있었어요.
해서 이 지구상에 산소가 사라진다거나
태양이 빠른 속도로 빛을 잃어간다는 소식을 전해야하는 뉴스 앵커의
방송 시작 1분 전 모습을 연상하며 진저리치기도 했었습니다.
사랑 또한 제 평생의 화두였죠.
좀 유치할 정도로 따뜻한 사랑이야기 참 좋아합니다.
그대는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버렸죠.
그대 슬픈 얘기들 모두 그대여.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늙은 가수는 노래합니다.
마른 논처럼 갈라지고 곰삭아 쉰듯 탁한 목소리가 오히려 애잔합니다.
포장마차 한구석 삶의 무게에 짓눌려 구부정 앉은 초로의 가장이 떠오릅니다.
그들에게 지금 당장 간절한 '새로움'이 어떤 것이든...아시잖아요.
시간이 흐르면 그 새로움도 언젠가는 익숙하고 권태로운 일상이 된다는 것.
하지만 걱정말아요.
새로울 것 없고 그저 무덤덤한 가족이라도 아직 곁에 있다면.
언젠가 가겠지 푸르른 이 청춘, 피고 또 지는 꽃잎처럼.
네, 청춘 다 갔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푸르지 않아도
곱게 물들면 단풍도 꽃처럼 아니 꽃보다 더 예쁘죠.
그러니 그 또한 걱정마세요.
응팔 포스터의 저 글처럼 결국 끝사랑이 될 가족이 아직 곁에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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