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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Book소리

결혼은 미친 짓이다

by 타박네 2009. 12. 10.

 

 

첫 장을 펼치니 얼마 전 인기를 끌었던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가 생각난다.

"세상의 모든 미혼 여성 여러분! 잘 들으세요.

이제부터 내가 결혼에 대한 환상 다 깨드릴겁니다."

작가는 유쾌하고 톡톡 튀는 문장으로 가식과 거짓으로 포장된 결혼을 까발려 놓는다.

 

그럴 수도 있겠다.

어쩌면 자신의 능력과 취향에 걸맞게 백화점이나 시장에 진열된 상품 중에서

디자인 ,색상, 크기 등을 고려해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골라내듯

결혼 상대를 선택하는 것이 차라리 현명해 보이는 요즘 세상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석달 열흘 굶어도 사랑 하나 남기고 장렬히 전사할 수 있을 것처럼

헤까닥 돌지 않고서야 결혼은 할 수 없는 짓이긴 하다.

 

희뿌윰하던 장막이 걷히고 햇살이 번지며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풍경을 볼 때처럼

구차하고 권태로운 현실과 마주 할 수도 있겠지만,

한 이삼십 년쯤 살다보면 알게 된다.

오래 입어 날근날근해진 순면 티셔츠 하나를 쉽게 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진짜 사랑을 해야 할 때이고 사랑이라고 말해도 가볍지 않을 때라는 것을.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상상력을 억압하는 건,

안기부가 아니라 전세값이나 아파트 평수였어" 41p

 

"우리는 열두 살부터 끊임없이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사랑해 왔어.

그런데 그 감성과 그 감각이 결혼하는 것으로 땡,하고

끝난다는 건, 웃기는 소리지" 97p

 

"사랑은 세상에서 신축성이 가장 뛰어난 고무줄일 뿐이야" 159p

 

"본래 감옥에 들어온 죄수가 감정의 변화를 전혀 보이지 않을 때보다는

약간의 불평과 말썽을 피울 때 간수는 더 안심을 한대" 165p

 

"어느 쪽을 선택해도 나는 상관없는데,그러나 한 가지만 선택해서 행동해야 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2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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