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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Book소리

아직도 개점휴업이지만.

by 타박네 2022. 6. 22.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 / 베티 스미스

      다섯째 아이 /도리스 레싱

    

      얼마 전, 삼박사일 입원 전 챙겨 간 책 두 권.

      정해진 건 아니지만 대략 그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생각한 대로 참을성 있게 시간을 채우고 나왔다.

      그리고 그 시간이면 두 권이 딱 적당하다는 걸 경험상 알고 있다.

      어차피 의식이 오락가락 하는 중병도 아니고 차려주는 밥 먹으며

      그저 가만히 누워만 있으면 되는 고급병인지라.

      확실히 밀폐된 공간에서의 집중도는 높다.

      아프거나 심심하거나 답답한 상황에서 책만한 탈출구는 없으니.

      법전을 갖고 갔어도 달게 읽었을 상황에 이토록 탁월한 선택을 한 나.

      두 팔로 가슴을 감싸고 어긋난 두 손을 어깨에 올려 쓰담쓰담,

      잘 했네, 잘 했어, 스스로 칭찬하고 넘어간다.

      

      작업실 책상에 앉았다.

      아직은 영업을 개시할 때가 아니지만 목이 긴 유리병에 물을 채우고 

      화단에서 가시 많은 장미 한 송이를 꺽어 꽂았다.

      물걸레질 한 책상은 정갈하고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도 나직이 흐르고

      찬물로 희석한 작두콩차는 순하고 따뜻하다.

      하지만 거기까지만 하기로 한다.

      조금 더 개점휴업.

 

      눈으로 볼 수 없는 은밀한 세계를 가지고 있어야 해.

      그러면 이 세상이 살기 어려울 정도로 추악해도 상상의 세계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 거야.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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