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 / 베티 스미스
다섯째 아이 /도리스 레싱
얼마 전, 삼박사일 입원 전 챙겨 간 책 두 권.
정해진 건 아니지만 대략 그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생각한 대로 참을성 있게 시간을 채우고 나왔다.
그리고 그 시간이면 두 권이 딱 적당하다는 걸 경험상 알고 있다.
어차피 의식이 오락가락 하는 중병도 아니고 차려주는 밥 먹으며
그저 가만히 누워만 있으면 되는 고급병인지라.
확실히 밀폐된 공간에서의 집중도는 높다.
아프거나 심심하거나 답답한 상황에서 책만한 탈출구는 없으니.
법전을 갖고 갔어도 달게 읽었을 상황에 이토록 탁월한 선택을 한 나.
두 팔로 가슴을 감싸고 어긋난 두 손을 어깨에 올려 쓰담쓰담,
잘 했네, 잘 했어, 스스로 칭찬하고 넘어간다.
작업실 책상에 앉았다.
아직은 영업을 개시할 때가 아니지만 목이 긴 유리병에 물을 채우고
화단에서 가시 많은 장미 한 송이를 꺽어 꽂았다.
물걸레질 한 책상은 정갈하고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도 나직이 흐르고
찬물로 희석한 작두콩차는 순하고 따뜻하다.
하지만 거기까지만 하기로 한다.
조금 더 개점휴업.
눈으로 볼 수 없는 은밀한 세계를 가지고 있어야 해.
그러면 이 세상이 살기 어려울 정도로 추악해도 상상의 세계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 거야.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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