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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넋두리

by 타박네 2013. 12. 22.

바뀐 해에 적응하자면 적어도 서너 달은 걸린다.

특히 숫자상 더 그렇다.

옆집 개도 한다는 1 더하기가 그렇게 어려울 수 없다.

연도 포함 날짜를 기록해야할 경우나

누가 느닷없이 나이를 물어오면 잠시 패닉 상태가 된다.

그러니까... 올 해가...

내 나이가...작년에... 몇이었더라...

이제 겨우 손끝이 2013을 기억하고 몸이 쉰셋에 익숙할만 하니

또 해가 바뀐다.

 

하룻밤 사이 그간 잘 쓰던 묵은 해 폐기처분하고

번쩍황홀한 신상 해로 바꿔치기라도 한 것인양

새해, 새해 떠들어대지만

내게 새해의 의미란

더하기 1과의 전쟁이고

더해진 1 만큼 버거워진 삶의 무게를 확인하는 통관 절차일 뿐이다. 

 

인생을 하루 스물네 시간에 비유하자면 오십 고개는

어어 하는 사이 훌쩍 오전을 보내고

점심 한 술 뜨고 난 조금은 여유로운 오후 두시 쯤이어서

무언가를 새로 계획하고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은 시간.

그 아니면 모가지에 칼 들이대도 아닌 건 아닌

단심가 훌훌 털어버리고 아무러면 어떠하리 하여가로 갈아타

세상만사 달관한 태공이 되어도 좋을 시간.

내뱉은 말은 꽃같이 좋아 그랬다.

 

하지만 반이나 남았구나 긍정하기엔 체감 시간이 너무 빠르다.

화살같은 시간들이 귓볼을 스치며 휙휙 날아간다.

눈 한 번 깜빡이는 데 걸리는 시간 0.25초.

내게 있어 눈 깜빡 한 번이란 한 주 또는 한 달.

정말이지 살아 보자니 살아볼 것도 없을 정도다.

불안과 조급함은 여기저기 헛삽질로 이어진다.

인내는 짧고 사지에 고루 분산되었던 양기가

주둥이로만 쏠리면서 변명은 길어졌다.

이렇게 또 한 해가 저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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