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 아침,
해 지는 쪽으로 난 아파트 현관을 나서 기차역 방향으로 열여섯 계단을 통통통 뛰어 내려가면
왼쪽으로 보이는 그믈망 찢어진 엉성한 닭장,
그 안에서 족히 스므 마리는 넘어 보이는 참새떼들과
사이도 좋게 땅바닥에 흩어진 모이를 콕콕 쪼아대는 토종닭 서너 마리를 흘깃거리며 대여섯 걸음,
그리고 이제껏 단 한 번도 손님이 드나드는 걸 본 적도 없고
단 한 번도 가게 근처를 서성이는 주인을 못 본 적도 없는 구멍가게 앞에서
잘 훈련된 군인처럼 직각으로 몸을 틀어 좌향좌,
울할매 손처럼 앙상한 뽕나무 서너 가지 척 걸쳐진 기차역 시멘트 담장을 끼고 타박타박 걸으며
그날의 하늘빛과 코 끝에 닿는 바람결과 지난 밤 털어버리지 못했던 상념의 조각들에 따라
그때그때 달라지는 노래 한 곡을 미처 다 부르기도 전에 맞닥뜨리는 건널목,
때 마침 한 시간에 한 번씩 지나다니는 경원선 열차와 마주치기라도 할라치면
어쩔 수 없이 차단봉 앞에 걸음을 멈추고
숨 넘어갈 듯 딸랑대는 경고음과
이제 절정을 향해 치닫는 노랫말이 섞이지 않도록 입 안에서 우울우물 잘 씹어 삼키다가
꽁지 빠지게 달아나는 기차를 일별할 새도 없이 차단봉이 올라가자마자 잠시 뛰던 걸 멈췄던 마라톤 주자처럼
후다닥 건널목을 지나면 역전 주차장,
물 고여 얼은 자리 요리조리 피해 차선 없는 도로를 건너 파출소와 우체국이 있는 큰길을 외면하고
마음 따순 어떤 이가 뿌려놓은 연탄재 덕분에 호주머니에 손 넣고도 지날 수 있는 약간 비탈지고 응달진 골목길로
굳이 들어서는 이유는,
꽃 시든 빈 화분이 비단 보료라도 되는 양 달랑 올라가 우아하게 볕바라기 하는 녀석과
그 아래 맨땅에 엎드려 밀려오는 졸음을 참으며
오가는 낯선 개들을 향해 사납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호위무사 한 녀석 때문이다.
니들, 사랑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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