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생일이었던 지디엠
언니 동생들이 왔다고 텃밭에서 상추 따서 씻고
삼겹살에 오디주스까지 챙겨 달려옵니다.
신기한 동남아 채소를 키우는 비닐하우스 앞 그늘막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마다 한 가지씩 음식을 만들어 왔습니다.
모임이 있을 때마다 농사일로 바빠 참석하지 못하는 지디엠을 위한
작은 선물이지만 실상은 핑계김에 하는 소풍입니다.
파롱, 팅커벨처럼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손재주가 뛰어나 어지간한 옷들은 직접 만들어 입지요.
언어에 천재성을 보입니다.
저와 문자를 주고 받을 때 띄어쓰기나 받침이 틀린 것까지 콕콕 집어낼 정도랍니다.
요즘은 농담 따먹기에서 제가 밀립니다.
빛뚜엔, 베트남에서 여기까지 와 줬네요.
마음이 따뜻하고 곱습니다.
정말 착해요.
그래서인지 늘 웃는 얼굴이죠.
같이 있으면 이유도 모른채 따라 웃게 되고 덩달아 즐거워집니다.
눈썰미가 있어 한 번 슬쩍 본 것도 쉽게 따라합니다.
얼마 전 긴 머리를 싹뚝 자르고 과감하게 단발로 변신한 우리 조직의 실세 수영씨,
중국에서 대학 공부까지 마친 엘리트죠.
두 해 전부터 이곳 다문화 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 일곱자매 모임 외에도
연천에 살고 있는 다문화 가족들을 돌보고 챙기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답니다.
숫자상의 나이로는 제가 맏언니지만
마음 그릇의 크기로 보자면 수영씨가 큰언니 해야 맞습니다.
속이 깊고 인정이 많아 모임의 크고 작은 궂은 일들을 도맡아 처리합니다.
제가 늘 미안해 하는 동생입니다.
수영씨와 저 사이에 다소곳 앉은 야스코, 천상 여자죠.
다른 말이 필요 없습니다.
아들이 있었으면 딱 며느리 삼고 싶었을 겁니다.
조용하고 사려 깊고 알뜰하고 솜씨 좋고...
특히 바느질 솜씨는 센터 회원 중에 락도요선생님 다음으로 뛰어납니다.
말이 좋아 가르치는 사람이지 사실 저는 넘버 쓰리 정도구요.
농담 아닙니다.
친정에서 가지고 온 베트남 모자만 보이네요.
오늘의 주인공 지디엠이랍니다.
"지민이 엄마 안 만났으면 저 지금도 형편없는 인간으로 살고 있었을 겁니다.
나이는 어려도 저보다 한참 어른이예요.
힘든 농사일 도와주는 것만도 고마운데 지민이 지윤이 똑 소리나게 잘 키우죠,
컴퓨터를 배우더니 인터넷으로 농산물 판매까지 한다니까요."
밥 먹는 내내 지디엠 남편의 아내 예찬이 끝날 줄 모릅니다.
제가 더 말할 것도 없네요.
마지막으로 나랏님보다 더 알현하기 힘든 가몬팁.
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어느 날 친구들과 우리나라에 여행을 오게 되었답니다.
그 때 먹었던 김치가 너무 맛있어 시집 오기로 마음 먹었다네요.
어리숙한 이미지와는 달리 뛰어난 두뇌를 가졌답니다.
태국어, 한국어, 영어에 능통하구요, 컴퓨터엔 도사급입니다.
통역과 번역일을 하는 중간에 다문화 가족들을 상대로 컴퓨터 이론과 활용을 가르치기도 해요.
만나서 둬마디만 해 봐도 정이 드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친구도 엄청 많아요.
함께 길을 걷다보면 서너 걸음 마다 아는 사람을 만나곤 하지요.
토박이인 저보다 인맥이 넓고 두터워서 이 지역 유지나 다름 없습니다.
저마다 태어나 자란 곳은 다르지만
이곳에서 자매의 연을 맺은지 어언 7년이 되었습니다.
생각할수록 신기합니다.
끓인 돼지 껍질에 살코기와 갖은 양념을 넣어 굳힌 음식입니다.
빛뚜엔이 직접 만들었답니다.
물론 저는 맛을 안 봤지만 다들 기막히게 맛있다더군요.
점심을 먹고 지디엠이 정성들여 키운다는 동남아 채소들 구경에 나섰습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오이나 호박처럼 베트남 식탁에 자주 오르는 채소 여주랍니다.
꽃도 예쁘네요.
여주
볶아 먹어보라고 따 줬지만 제 입맛에는 아직 무리가 좀 있지 싶네요.
고기와 함께 먹으면 좋답니다.
껍질째 먹는 콩입니다.
콩알이 여물기 시작하면 상품 가치가 없다네요.
이건 예전에 가몬팁이 줘서 먹어봤지요.
덜 자란 건 날걸로 먹어도 달큰한 게 제법 먹을만 합니다.
베트남 가지를 심어놓은 밭입니다.
보랏빛 꽃은 우리나라 가지와 비슷하지만 가지 모양이 동그랗네요.
지디엠 농원에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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