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행복한 밥상

나만을 위한 어묵국수

by 타박네 2010. 12. 15.

이런저런 이유로 달랑 셋뿐인 식구 중 둘이 저녁을 먹고 온단다.

여느 때 같으면 내 배는 곯거나 말거나 일단 만세 삼창부터 외친 다음

천만 년 만에 겨우 받아본 귀한 선물인양 느긋한 휴식을 즐긴 뒤

뱃속 걸귀들이 아우성 칠 무렵 너구리라면이나 하나 끓였을 것이다.

아니면 식은밥 한 덩이에 김 몇 조각,

썰어놓은 지 석달열흘은 넘었지 싶은 김치를 꺼내 놓고

세상에서 가장 청승맞기 그지없는 식사를 했겠지만 오늘은 다르다.

오로지 나를 위해 정성껏 잔치국수를 만들었다.

 

잉잉대는 바람소리와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초저녁,

뜨끈한 국물은 정든 님보다 우울증 치료약보다 낫다.

국물요리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만군데 다 쓰는 멸치육수.

집간장과 소금간 반반씩.

송송 썬 신김치는 설탕 조금,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두고~

뜨거운 물에 휘리릭 데쳐낸 어묵은 

젓가락에 잘 딸려 올라오도록 최대한 가늘고 길게 썰어 둔다.

 

어묵을 넣고 부르르 끓인 육수를 삶은 국수에 인심좋게 붓고는

김치를 담싹 얹으면 요리랄것도 없는 어묵 잔치국수.

혼자 먹어도 맛있다.

'행복한 밥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겨울에 먹는 쑥개떡  (0) 2011.01.06
내 맘대로 싸 먹는 김밥  (0) 2010.12.29
꿀꿀이죽  (0) 2010.11.28
고들빼기 김치  (0) 2010.10.09
맛있는 날  (0) 2010.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