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밥상55 허리 졸라매고 차린 남편을 위한 밥상 얼마전 느닷없이 툭 하고 허리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옴짝달싹 하기도 힘들만큼 아팠다.심정상 허리가 부러졌다 느끼는 것이지 실제 병명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술췐놈마냥 어정어정 걸어 병원을 찾아가 허리가 댕강 부러졌나 봐요 했더니부러지면 그렇게 두 발로 걸어 들어오지 못합니다 한다.^^예전에도 간혹 있었던 일이었으니 올것이 또 왔구나~ 하면 그만이지만 당장 잘잘 싸돌아다닐 일에 막대한 지장이 있어 여간 짜증나는 게 아니다.언제나 그렇듯 그 짜증은 세상에서 제일 편한(만만한) 남편에서 고스란히 돌아간다.허리밸트를 차고는 뻣대고 앉은 나 대신 반찬통을 치우다 김치가 담긴 유리용기를 떨어뜨려 박살낸 울냥반을 똥 싼 놈이 성 낸다고 눈이 째져라 흘겨보면서도대체 마누라 아니면 밥은 먹고 살겠냐 끌끌 혀 차는 소.. 2012. 3. 19. 김치부침개 봄을 재촉하는 비가 보슬보슬 내린 오늘.종일 김치부침개의 유혹에 시달렸으나 며칠 전 먹은 빵 한조각에 배앓이를 하고 난 뒤라밀가루 음식이 조금 부담스러워 꾹 참았다.하지만 어스름 해질 무렵, 윤활유가 빠져 귀곡산장 대문마냥 삐그덕 대는 관절이,풀만 먹어 초록주머니가 되었을 위장에 도사리고 있는 굶어죽은 귀신들이 기름진 음식을 달라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기어이...마침내... 드디어... 사실 자화자찬 같지만 이 김치부침개 또한 수제비,잔치국수와 더불어 밀가루가 주재료인 민초음식 삼종셋트로내가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종목이다.이 지역 부침개의 달인이신 고실땅님이 인정한 바 있다. 어차피 비법 가지고 기싸움할 며느리 볼 일도 없고 우리 피오나는 아예 관심도 없으니오늘 여기서 자발적으로 나발나발 까발릴까 한.. 2012. 3. 16. 얼큰 어묵탕과 꼬마김밥 동대문 광장 시장에 가면 마약 김밥집이 있다.별다른 식재료가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줄을 서는 걸 보면서여기서도 군중심리가 작용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일반 김밥과 달리 겨자소스에 찍어 먹는 게 색다르긴 하다.광장시장에 마약김밥이 있다면 우리집엔 '마약김밥' 사촌쯤 되는 '보약꼬마김밥'이 있다.보통 김밥은 생김이나 살짝 구운김으로 하지만 난 반찬으로 즐겨먹는 조미김을 이용한다.생김에 비해 질기지 않고 조미김 특유의 얕은 맛이 있어 어르신들이 특히 좋아하신다.문제는 싸다보면 옆구리 터지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어서 볼품이 없다는 것.그리고 싸는 즉시 먹어야 한다는 것. 김밥과 찰떡궁합인 어묵탕.매운 음식을 싫어하는 울냥반 때문에 늘 맑은 국을 끓이지만 오늘은 과감히 얼큰탕으로~뜨거운 물.. 2012. 1. 9. 호박범벅 외로움이 문제다.배 곯는 것과 사무친 외로움.그 처절함에 있어 한 치의 차이를 난 알지 못한다.문득문득 그 깊이와 끝을 알 수 없는 망망한 바다에 겨자씨 한 알로 동동 떠있는 사무친 외로움에 몸서리 칠 때가 있다면딸바보에 이어 마누라바보로 장안에 소문이 뜨르르한 남편이 서운해 할지도 모르겠다.하지만 잠시 위로 받을 수는 있어도 다시금 혼자 서야 하고 홀로 가야 하는 게 인생이다.길은 만만치 않고 아득하다.미안하지 않으면 사랑이 아닌 것처럼 외롭지 않다면 사람이 아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몸 어느 한 구석에 전자칩이 박혀있는 인간 사이보그일 가능성이 많다.오늘 또 호박범벅 한 사발을 젯상모양 차려 놓고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 먼저 하는 덴 이유가 있다.영혼의 허기까지 달래줄 음식 .. 2011. 12. 30. 끝장나는 눌은밥 만드는 나만의 비법~ 어김없이 한 해가 또 이렇게 저물어 간다.달력의 숫자는 그저 숫자일 뿐이라고 마음 굳게 다잡다가도 문득 오십을 훌쩍 넘어선 나이가 무겁다.푸지게 내리는 함박눈을 바라보면서도 오래전 사랑이나 오래 묵은 그리운 벗들을 떠올려 볼 여유도 없이 종종걸음에 지치는 일상.이 쯤에서 쉼표 한 번 찍자. 오늘,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저 아니면 거미줄 칠 입만 벌리고 앉은 처자식 먹여 살리겠다고전쟁터같고 정글같은 세상속으로 아침마다 돌격하는 남편을 위해 용봉탕 대신 끓였다. 천하별미 눌은밥! 세상에서 가장 거룩하고 숭고한 일은 밥벌이다.내가 남편을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다.천하별미 눌은밥을 만들기 위해선 반드시 햅쌀이 있어야 한다.우리집은 평소 채송화표 찹쌀현미와 멥쌀현미를 반반, 거기에 쥐눈이콩만 섞어 밥을 짓는 관계로.. 2011. 12. 21. 배추전 춥다.안타까이 가을을 보내고 추위와 맞딱뜨린 게 어디 한두 해일까마는유난히 추위를 타는 난 쉰 번째 당하는 이 매몰찬 바람이 아직도 서럽고 뼈 시리다.이럴 때일수록 먹어야 한다.배 부르게 먹고 옥매트 위에서 등이라도 좀 지지면 지상에서의 겨울도 그런대로 견딜만은 하다. 맛보라며 김장 김치와 절인 배추를 지인이 주셨다.그렇지않아도 배추전이 먹고 싶었던 참이었다.배추가 가장 맛있는 김장철에 이 배추전은 꼭 한 번 먹어야 한다.이걸 먹지 않고는 가을을 보낼 수 없고 겨울을 맞을 수도 없다.생배추로도 하지만 살짝 절여야 간기가 배서 더 달달고소하고 전을 부치기도 수월하다.대가리는 툭 잘라버리고 노란 고갱이만.지름한 밀가루반죽.그야말로 밀가루에 소금간만 조금 했다.영양이나 멋을 위해 계란이나 꾸미를 더해 느끼하고.. 2011. 11. 22. 마음이 살찌는 밥상 요즘 나는 내 분수에 넘치는 인연들을 생각하면 가끔 마음이 무거워 진다.피아노 치는 섬섬옥수로 호미들고 들판에 쪼그려 앉아 가을바람 맞으며 캐왔을 냉이봉다리,출근 길이라며 아침 댓바람부터 나타나 손에 쥐어주고 간 도토리묵 한덩어리,그리고 김장 겉절이 한보시기, 금방 밭에서 쑥 뽑아온 내 다리통 두 배만한 무와 배추,오동통 잘 빠진 마 몇 뿌리...내 아무리 사발농사의 달인이지만 이 많은 불로소득, 이 무거운 정을 어쩌면 좋으랴 싶다.내겐 가슴 벅차면서도 한편 버거운 인연들이다. 아는 사람이면 다 알겠지만 나는 계산이 서툰 인간이다.특히 내 유리한 쪽으로.초등학교 2학년 때 단 한 문제도 풀지 못한 산수시험지를 제출하고는 선생님으로부터 뺨 두 대를 오지게 얻어터진 그날 이후숫자나 계산이라면 자다가도 경기를.. 2011. 11. 16. 환절기 보양식 버섯들깨탕 기대와 걱정, 교통대란, 반가운 만남을 우울하게 만드는 얄팍한 지갑 속사정,명절 음식을 위한 허리휘는 부엌일, 얄미운 동서, 시누이에 눈치 없는 시어머니, 백수 시동생 생각하니 느닷없이 발병하는 급성두통...이런저런 사연들을 뒤로하고 한가위 보름달이 사위어가고 있다.더러는 폭풍처럼 달려든 몸살에 구들장 엑스레이사진 촬영 중일 것이고어떤 이들은 평소 차고 다니던 허리 전대에 수십만냥이 더해져 특대 배둘레햄이 되었을 것이고차린 것,드린 것 없어 죄스럽기만한데 텅빈 지갑은 또 왠말이냐 실소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이 모든 것들 또한 다 지나가겠지만.. 그 어느 때보다 평안한 추석 연휴를 보냈다.음전하고 칠칠한 조카며느리들 덕에 드디어 부침개, 전 담당에서 명예로운 은퇴를 했기 때문이다.그저 간이 싱겁네, 짜네... 2011. 9. 15. 올갱이해장국 또 계절앓이 중이다.뻔히 알면서도 새삼스러운 일인양 엄살을 부린다.평소 잘만 신고 다니던 나이스운동화가 어제는 돌덩이처럼 느껴지더니급기야 오십 평생 차곡차곡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와 압사라도 시킬 기세다.사실 이런 증세들은 딱히 어떤 병이랄 수도 없는 데다동병상련의 아픔을 격어보지 못한 사람의 입장에선 오뉴월 엿가락 늘어지듯한 상팔자가 지겨워이벤트 삼아 부려보는 꾀병쯤으로 여기기 쉽다. 억울하다. 그래도 불편하고 괴로우니 대책을 세워 보기로 했다.우선 이비인후과에 들려 다정과 함께 지병으로 달고 다니는 알레르기 진료와 처방을 받았고임상병리사인 실땅님에게 피도 한사발 뽑아주고 왔다. 그리고 때마침 눈에 띄는 올갱이.이거다.피로회복에 이보다 더 좋은 음식은 없다. 저녁나절 실땅님이 전화를 해 근심어린 목.. 2011. 9. 8. 콩국수랑 콩전이랑~ 콩국수 먹자고 날 잡으니 남편은 회식이라하고 피오나는 돈까스를 먹겠단다.어쩔 수 없이 나홀로 만찬을~서리태콩과 땅콩을 미리 불려 놨다. 연천은 질 좋은 율무와 콩 생산지로 유명하다.늦가을이면 콩농사를 하는 지인에게서 서리태를 두 말 정도 사 두는데대부분 콩가루를 내서 우유에 타 먹거나 뻥튀기하는 곳에 가져가 튀겨 먹기도 한다.하지만 해가 갈수록 먹는 입은 줄고, 양도 줄고, 집에서 밥 먹는 횟수도 줄다보니이제는 한 말이면 충분하다. 불린 콩은 살짝 삶는다.이 삶는 시간이 무척 중요한데 내 경우엔 끓기 시작해서 7~8분 정도?물론 한 번 삶는 콩의 양에 따라 달라진다.너무 오래 삶으면 메주 냄새가 나고 설 삶으면 콩비린내가 난다.중간에 한두 알 꺼내 먹어보는 것도 한 방법.마치맞게 익으면 채에 걸러 물은 .. 2011. 7. 8. 오이냉국 계절이 돌아왔다 길고 지루한 장마가 시작되려는지 후텁지근하다.이럴 때 주방에서 국이나 찌개까지 끓여대면 그야말로 불쾌지수는 급상승한다.국물 음식이 염분 과다 섭취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웰빙 식단의 은따로 전락하는 요즘,그래도 국물 없으면 밥 넘기기가 깔깔하다거나 이 더위에 뜨건 국으로 이열치열 하는 걸 즐기지 않는다면상큼하고 슴슴한 오이미역냉국이 딱 안성맞춤. 워낙 부드러워 데치면 바로 미역풀이 될 것 같아 물에 불린 미역을 그대로 썼다.오이는 곱게 채치고 미역은 송송 썬다.다진 마늘, 파, 고춧가루, 깨소금, 굵은 소금 ( 간수를 뺀 천일염인데 사자마자 물에 휘리릭 씻어 서서히 물기를 빼면 쓴맛이 없어지고 깔끔하다)을 넣고 살살 버무려 둔다.그러면 오이와 미역에 간도 배고 소금이 녹아 국 간 맞추기도 쉽다. 간이 .. 2011. 6. 17. 몸이 가벼워지는 밥상 점심시간 잠깐 짬을 낸 싸부님을 따라가 텃밭 채소를 잔뜩 얻어왔다.어제의 미역둘깨수제비는 나를 위한 밥상이었다면 오늘은 남편을 위한 밥상.별것도 아닌 평범한 저녁이지만 주신 분의 마음이 너무 고마워 호들갑스럽게 올려본다.조금씩만 뜯었다고 생각했는데 집에 와 풀어보니 밭고랑 하나를 그대로 옮겨 온 것같다. 남편이 좋아하는 어묵을 넣은 된장찌개.( 파 대신 부추를 넣었다)들기름에 볶은 김치와 뜨거운 물에 데쳐낸 두부.(두부를 데칠 물에 소금 넣기)더덕 고추장 장아찌. 살짝 데쳐 소금과 참기름에 무친 참나물.부추, 돌미나리, 빨간 땡초를 송송 썰어 넣고 반죽한 부침개.까나리액젓, 진간장, 올리고당, 파, 마늘, 깨소금, 참기름, 고춧가루로 버무린 민들레 겉절이.조금 억세진 두릅은 푹 삶아 된장에 돌미나.. 2011. 5. 26.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