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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밥상55

멍멍탕 안부러운 미역들깨수제비 후다닥 만들긴 했지만 진정한 슬로우 푸드, 미역국을 활용한 들깨수제비. 가끔 혼자 하게 되는 식사.나 먹자고 음식 만드는 일은 어지간해서 없다.그런 날은 밥상 차리는 일조차 귀찮아 싱크대 앞에 서서 대충 허기 면할 정도로만 먹거나책꽂이 사이에 은밀하게 감춰둔 초코렛으로 식사를 대신하기도 한다.그런데 요즘 가출했던 입맛이 노숙하다 지쳐 돌아왔는지 그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푸지면서도 영양도 풍부하고 위장을 꽉 채워도 소화시키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그러면서 맛도 있는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던 차에, ( 남의 살 빼고 동그랗게 눈 뜨고 있는 생선 빼고 무척추 동물과 특히 가련해 보이는 생물도 빼고...차 떼고 포 떼고 나니 메뉴 선정이 힘들다.휴우~)며칠 전 꼼이네서 미역국 얘길 듣고는 거의 석삼 년 만에 미역국.. 2011. 5. 25.
초간단 부추만두 달랑 셋뿐인 가족이 한 식탁에 앉아 밥 먹기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며칠 전, 한 단에 천원하는 부추를 사와 전 한 번 부쳐 먹고 부추만두나 해 먹을 요량으로 남겨 뒀는데이래 나가고 저래 나가고 늘 한 자리가 비어 있는 식탁.이번 주말도 오늘 아침이 아니고는 다함께 얼굴 마주보며 밥 먹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아침 댓바람부터 김 모락모락 찌고 지글지글 부치고 한바탕 부추 난장판을 벌렸다.여러가지라 해도 워낙 해 보잘 것 없이 간단한 요리라 된장찌개 끓여 밥하는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하긴 내가 좀 손이 빠르긴 하다.번갯불에 콩 볶아 먹고 남는 시간에 커피물까지 끓인다는 전설속의 셰프가 바로 나란 걸 고백한 적이 있던가?  호떡집에 불난 듯 늘 후다닥 거리다보니 접시 한 두개쯤 깨 먹고 도마질하다 칼이 .. 2011. 4. 30.
눈으로 먹는 진달래 화전 밥벌이의 고단한 일상이 계절 무감각 증세로 나타나는 남편과취업이라는 제 인생 최대의 큰 장벽을 눈앞에 둔 딸아이에게오늘 봄을 먹여 보기로 했다. 진달래꽃과 설탕을 섞어 항아리에 담아 밀봉한 다음 세 달 정도 땅속에 묻었다 꺼내면 빛깔 고운 진달래술 (두견주)이 된다.물론 독한 술을 부어두기도 하지만위의 방법은 친정엄마가 살아계실 때 만드시는 것을 본 기억이 있다.오늘은 화전을 만들 것이므로 진달래꽃은 아주 조금만 있으면 된다.  먼저 찹쌀가루를 채에 내린다. 꽃은 수술을 떼어내고 씻어 물기를 어느정도 제거해 두고,찹쌀가루에 소금 약간, 설탕 적당량을 넣어 손으로 고루 섞는다.뜨거운 물은 아주 조금씩 섞어가며 반죽을 해야한다.(익반죽)자칫 잘못하면 질어지기 십상이다.  동글납짝하고  도톰하게 모양을 빚은 .. 2011. 4. 20.
입이 즐거운 전 세 가지~ 바느질 기도를 마치고 나자 슬슬 배가 고프다.그러고보니 한동안 기름진 음식을 먹은 기억이 없다.어제도 그제도 풀만 먹었다.이러다 피까지 파란 스머프가 되는 거 아닌가 싶다. 피오나가 질색하는 핑크색 전투복을 입고 혼자 놀기 딱 좋은 주방으로 간다.간만에 꼬신 냄새 좀 풍겨보자.조림을 하려고 사다놓고는 그길로 내 기억속에서 사라졌던 연근 한 뿌리.세상 밖으로 나왔을 땐 이미 반 넘게 곯아버렸다.할 수 없이 드르륵 믹서기에 갈아 전이나 부친다. 빨강, 노랑파프리카, 양파, 쪽파를 송송송~ 갈아 놓은 연근에 부침가루 조금 섞고 뒤적뒤적 반죽해한 숟가락씩 떠 동그랗게 부쳐낸다.간은 소금으로 살짝만.  말 안하면 연근인지도 모른다.맛이 거의 감자전과 비슷해 차지고 쫄깃하고 고소하다.부쳐놓은 연근전을 보니 조걸 누.. 2011. 4. 17.
도토리묵밥 언 땅 가슴팍 헤집고 나온 여린 싹들이 한철 또는 서너 계절 뒤 닥쳐올 죽음의 시간을 알지 못한 채한바탕 설레는 소풍놀이를 시작하는 잔인한 4월의 둘쨋주 휴일. 며칠 전 그동안 벼르던 제라늄화분 하나를 들이면서 그김에 지난 겨울 베란다 귀퉁이에 쳐박혀 모진 목숨 이어온 사랑초랑 아이비랑이름모를 다육이에게 분갈이를  해 줬다.붉은 꽃 하나를 더했다고 갑자기 빛나는 우리집 베란다.바로 옆에 쪼그리고 앉아 함께 해바라기를 즐기는 사이 다가온 점심 시간. 평소와 다른 뭔가가 먹고 싶다.휴일이니까. 산다람쥐보다 산을 더 잘 타는 산언니가 주워와 직접 만든 도토리가루를 꺼내 채에 한 번 걸렀다.가루 작은 컵 하나 분량에 물 일곱 컵.잘 저어 가라앉힌 다음 웃물을 따라버리고 다시 물을 섞으면 쓰고 아린 맛이 덜해진다.. 2011. 4. 9.
가출한 입맛을 찾아서~ 감기 우습게 봤다가 큰코 다쳤다.감기는 병원 다니면 일주일, 안다녀도 칠 일이라는 말만 믿고처음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과 시럽만 열심히 먹으며 일주일 지나기만 기다렸건만갈수록 기침은 더 심해지고,기침을 하다못해 토할 지경에 이르러서야 다시 병원을 찾으니 기관지염이란다. 이런 제길슨!그러는 사이에 나하고 찰떡궁합이던 입맛은 슬그머니 집을 나가버렸고 할 수 없이 겨우 목숨 연명할 정도로만 먹으며 살다보니 보는 사람마다 얼굴에 누가 그렇게 심한 낙서를 해 놨느냐,타박네 어머닌줄 알았다며 넘어진 놈 한 번 더 밟는 소리들을 한다.듣기 좋은 립써비스는 이럴 때 안 쓰고 아껴뒀다 똥 만들려고 그러는지 원.살짝 섭하지만 용서하기로 한다.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는 나도  헉!넌 누구냐? 하고 놀라니까. 사람은 무엇으.. 2011. 3. 27.
남편을 위한 버섯만두전골, 딸을 위한 골뱅이 소면 몇 해 전 어느날 동네 친구집에서 김치부침개를 거의 식도까지 차오를 정도로 먹고그걸 소화시키는 차원에서 얼음 동동 띄운 콜라까지 마시고 나자배고플 때와 비슷한, 아니 더 불쾌한 짜증이 밀려오던 기억 한 토막.맹물까지 달달하니 맛나던 시절이었다.미련하게 먹을 때마다 늘 입방정 떠는 소리가 '요놈의 입맛만 톡 떨어지면 소원이 없겠다'였는데...누가 알았겠는가.요정이 나타나 그 쓰잘데기 없는 소원 하나를 냉큼 들어줄 거라고.소원 함부로 비는 거 아니다. 이제 내게 두 가지 소원이 남았다면 그 하나는 지진, 화산폭발, 혜성충돌같은 자연재해와전쟁,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이 없는 평화로운 지구별이 되는 것. 그리고 남은 하나는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를 만큼 다시 김치부침개가 맛있어 지는 것이다. 식욕은 삶의 의욕.. 2011. 3. 20.
사발농사도 이쯤이면~ 보름인지도 몰랐다.어머님 살아 생전이라면 며칠 전부터 묵나물 삶으랴, 잡곡 구입하랴 수선스러웠을 테지만 돌아가신 이후로 우리집에서 절기가 사라졌다.가뜩이나 정신을 저 안드로메다에 귀양 보내놓고충동적이고 즉흥적인데다 일관성 없는 생활습관이 몸에 밴 터에 뭘 더 챙기는 건 불가능하다. 가까이에 나보다 한참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텃밭농사부터 그 수확물로 장 담그고 김장까지 직접 해야 직성이 풀리는 지인이 있다.봄이면 산과 들을 쏘다니며 고사리, 취등 온갖 나물을 채취해 말리고오미자며 개복숭아 오디등 몸에 좋은 효소란 효소는 다 만들어 퍼돌린다.사방 백리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했다던 경주 최부잣댁 혼이 씐것 같다.그러고 보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꼭 사회 지도층에서만 찾을 일은 아니다.떡이며 빵,.. 2011. 2. 17.
메밀부인 옆구리 터진 날 어제 신문에 이런 글이 실렸다.왜 나이가 들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걸까?심리학자들의 대답은 이렇다.'회상효과'기억할 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는 내용이 많으면, 그 시기가 길게 느껴지고,전혀 기억할 게 없으면 그 시기가 짧게 느껴진다. 이 '미친 시간'을 천천히 흐르게 하는 방법은 있다.자꾸 기억할 일을 만들면 된다.평소 뻔하게 하던 반복되는 일들과는 다른 것들을 시도하라. 이제 전투복(앞치마)을 입고 주방에 서서 매일 지긋지긋하게 반복하는 그렇고 그런 메뉴에서 벗어나 색다른 요리에 도전장을 던져본다.'김치메밀 전병'  보름 전부터 냉장고 속을 신김치 냄새가 점령해 버렸다.김치 전용 냉장고가 없는 탓이다.김치냉장고. 참 할 말이 많다.언제부턴가 집집마다 티비만큼이나 필수 가전제품이.. 2011. 1. 28.
한겨울에 먹는 쑥개떡 아침 늦게 일어나고 오후에 시작해서 밤 늦게까지 공부를 하는 피오나가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나겠다 결심을 하더니 실행에 옮긴 첫 날.작심삼일이 될 지 석달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끊임없이 자신을 독려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예뻐서 남겨 뒀던 가루를 꺼내 쑥개떡을 만들어 주었다.평소 떡보다는 피자를 국수보다는 파스타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좋아하지 않는다고 안 먹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내밀어 익숙하게 하자는 게내 신조이다 보니 어느결에 쑥개떡과는 친해졌다. 불린 쌀과 데쳐놓은 쑥을 함께 빻아놓은 가루에 쑥가루를 조금 더 넣었다.쑥가루는 생으로 말린 것과 살짝 데쳐 말린 것을 반반씩 섞어 곱게 가루낸 것.가끔 밀가루반죽에 섞어 특별한 수제비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일처럼 보이면 절대 안해도 놀이처럼 보이면 달려드는.. 2011. 1. 6.
내 맘대로 싸 먹는 김밥 어제 저녁부터 김치부침개만 먹었더니 속이 느끼하다.뭐 상큼한 게 없을까.비명횡사한 남의 살 안 먹는 내 밥상은 어지간하면 상큼하긴 하지만. 궁리 끝에 있는 채소는 냉장고에서 해방시켜주고 없는 채소는 마트로 달려가 급 조달해한자리에 몽땅 집합시킨 내맘대로 김밥.계란 지단 부치는 것 말고 달리 불 앞에 설 필요가 없는 대신에아롱이 다롱이는 되지만, 홀쭉이 뚱땡이, 땅꼬마 꺽쇠가 안 되도록두께와 길이를 엇비슷하게 샤샤샥 썰어주는 게 관건이다.연천 바닥의 망나니, 칠공주파 쌍칼로 소문이 뜨르르 날 뻔 했던나에겐 이 정도 칼질은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장난에 불과하다.이 말을 진실로 믿은 누군가로부터 결투 신청이 들어오는 불상사가 없길 바란다. 제발!씨 부분을 뺀 오이, 붉고 노란 파프리카, 게맛살, 계란지단, .. 2010. 12. 29.
나만을 위한 어묵국수 이런저런 이유로 달랑 셋뿐인 식구 중 둘이 저녁을 먹고 온단다.여느 때 같으면 내 배는 곯거나 말거나 일단 만세 삼창부터 외친 다음천만 년 만에 겨우 받아본 귀한 선물인양 느긋한 휴식을 즐긴 뒤뱃속 걸귀들이 아우성 칠 무렵 너구리라면이나 하나 끓였을 것이다.아니면 식은밥 한 덩이에 김 몇 조각, 썰어놓은 지 석달열흘은 넘었지 싶은 김치를 꺼내 놓고세상에서 가장 청승맞기 그지없는 식사를 했겠지만 오늘은 다르다.오로지 나를 위해 정성껏 잔치국수를 만들었다. 잉잉대는 바람소리와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초저녁,뜨끈한 국물은 정든 님보다 우울증 치료약보다 낫다.국물요리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만군데 다 쓰는 멸치육수.집간장과 소금간 반반씩.송송 썬 신김치는 설탕 조금,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무쳐.. 2010. 12. 15.